Money Likes Me Too - Chapter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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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팡쿠 이석환은 하루하루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코코아 때문이었다.
[ 에이원에 이어 에이투까지? ······ 화평시, 코코아 독무대 되나? 우려의 목소리. (종합) ]
[ 코코아, 테슬라,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 다보스서 다진 情, 어디까지 갈까? 자동차 업계 긴장. (분석)]
말 한번 잘했다.
‘진짜 뭐 어디까지 가려는 거야?’
1조 넘는 건물을 턱하니 사질 않나, 다보스에 가서 일론 머스크와 내기를 하질 않나. 내기는 심지어 이기기까지 했다. 그러더니 이젠 테슬라 국내 진출의 징검다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앞일을 짐작하기 어려운 행보다.
코코아, 아니 강시현은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자신도 그동안 놀지는 않았다.
국외 법인의 자산을 합산하지 않는 공정위 기준 때문에 대기업이 아닐 뿐이지, 팡쿠도 이제 코코아 못지 않은 성장을 이뤄냈다. 작년 매출은 무려 2조다.
문제는 매출의 10%를 훌쩍 넘는 2,500억의 영업손실이었다.
올해는 손실이 더 커질 전망이다. 말 많은 경제지 기자들은 벌써 자본잠식 우려가 있다느니 뭐니 하며 떠들고 있었다.
[ 팡쿠, 조단위 누적 적자 ······ 실탄 장전은 언제? 기약 없는 IPO. ]
‘젠장.’
입맛을 다셨다.
‘하필이면 기사도 코코아 바로 밑이라 비교되잖아.’
사실, 코코아에겐 유감이 없다. 생화배달 같은 코코아의 몇몇 서비스와 협업하며 벌어들인 알짜 같은 현금이 아니었더라면 기자들의 악담이 정말로 현실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자기 자신도 할 만큼 했다고 자부했다.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전국의 물류센터를 확보했다. 지역 네트워크의 갯수는 벌써 서른 개가 넘었다. 앞으로 더 넘길 예정이다. 미사일맨 인건비에 들어가는 돈은 이미 조 단위다.
그뿐인가?
미사일 배송 커머스 셀렉션을 수백만 개로 늘였다. 이 모든 상품이 하루만에 고객의 문 앞에 놓인다. 이 속도를 지키기 위해 그동안 유통 인프라에 들어간 돈이 천문학적 단위다.
팡쿠의 유통 제국 건설을 이미 눈 앞에 둔 시점이었다.
‘더 늘려야 해.’
말 그대로다. ‘All or Nothing’ 시장이다. 지금 돈으로 밀리면 시작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된다.
“대표님.”
“왜요?”
비서가 들어와 그의 업무용 휴대폰을 건넸다.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로프트뱅크의 손병화 회장님이 연결 기다리고 계십니다. 바로 연결하겠습니다.”
무려 15억 달러를 투자한 사람이다. 무시할 수 없다. 얼굴은 보이지 않아도 굳은 표정은 풀어야 했다.
“오랜만입니다, 손 회장님.”
– 잘 지내셨소? 이 대표.
손병화의 서투른 한국어가 수화기를 통해 울려왔다.
– 오늘은 부탁을 하나 할 게 있어서 전화를 했는데 말이오. 혹시 7월쯤 시간 내 줄 수 있겠습니까?
7월이요? 이석환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손병화가 대답했다.
– 내는 게 좋을 거요.
“혹시 한국에 오십니까?”
– 그런 게 아니고 같이 미국이나 갈까 해서 말입니다.
미국?
– 선밸리 컨퍼런스라고 혹시 아시는지 모르겠소. 거기 초청장을 받아다 줄 수 있는데 말이오. 만나봐야 할 사람이 있어서. 워런 버핏이라고, 혹시 우리 이석환 대표가 투자라도 받을지 몰라서 말이야.
전화를 끊고 나서도 이석환은 한참을 생각했다.
물론 가는 건 별로 상관이 없다.
아니, 오히려 좋다.
정식 명칭은 ‘앨런앤코 미디어 컨퍼런스’. 비상장 VC인 앨런앤드 컴퍼니(Allen& Company)가 1983년부터 아이다호 호수의 휴양지에서 운영해 온 비공개 행사다.
쉽게 말하면 ‘억만장자를 위한 여름 캠프’다.
아무나 오지 못하는 점은 다보스 포럼과 비슷하다. 초청을 받지 못하면 참석조차 할 수 없다.
다른 점이라면 계절의 차이?
그리고 자유분방한 캐주얼 차림을 선호한다는 것 정도?
덕분에 다보스를 싫어하는 실리콘밸리의 괴짜 억만장자들도 부담없이 나타나곤 한다. 와서는 기업 쇼핑을 한다. 아마돈이 WP(워싱턴 포스트)를 그런 식으로 샀다. 미국 최대의 통신사 버라이즌도 이곳에서 AOL을 인수했다.
물론 자격은 충분하다. 이석환 그 자신도 억만장자다.
대부분이 투자금이어서 그렇지, 미국 법인 팡쿠컴퍼니의 70% 넘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그곳에서 과연 먹는 쪽이 될까, 먹히는 쪽이 될까? 갑자기 그런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답은 뻔하다.
“손 회장이 나한테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뭘까?”
한참을 생각해 봐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일단은 선의로 받아들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손 회장님이 버핏 핑계로 후속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그 얘기는 나보고 재롱 떨고 투자 좀 받아오라는 소리지?”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아니면? 그럼 선밸리 리조트에 쪼리 끌고 다니는 젊은 부자들한테 머리 조아리고 돈 빌려 오라는 소린가?”
대답이 없었다.
“좋아.”
그래야만 한다면 그래 주지, 그는 그렇게 말했다.
어차피 선택권은 없었다. 가 볼 생각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고. 손병화와 같이 간다는 게 조금 찝찝할 뿐이었다.
‘설마 팡쿠를 아예 인수라도 하고 싶다는 뜻인가?’
걱정이 안 되진 않았다.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가만히 내버려 둘 생각도 없었지만, 오지 않은 미래에 가슴 졸일 필요도 없었다.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다.
시간이 흘렀다.
“미스터 리!”
7월의 선밸리에는 따스한 햇살이 쏟아졌다. 두 번째 날이었다. 호텔 로비에서 손병화를 만났다.
“오늘은 정말로 중요한 날입니다.”
이석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을 예방(禮訪)하는 날이었다. 그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선밸리는 그런 곳이었다.
빅 테크인 애플, MS, 아마돈은 물론 디즈니, 픽사 같은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거물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가 있었다.
어제는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넷플릭스의 앤디 헤이스팅스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기업, 아! 코코아?’
마크 저커버그는 코코아를 기억하고 있었다.
‘랜디가 그러더군요. 한국은 열정적이고 역동적인 문화를 가진 나라라고. 팡쿠 역시 그렇겠죠. 흥미가 생깁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이야기는 계속 사이드로 빠졌다. 팡쿠 대표로 만났는지, 아니면 코코아 홍보 대사로 만났는지 모를 정도였다.
손병화의 표정도 굳었다.
하지만, 앤디 헤이스팅스를 만났을 때는 더 심했다.
‘코코아에서 추천해 준 영화 전부 대박을 예감하고 있더군요. 여러분들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넷플릭스 코리아만 아니라 북미, 유럽, 일본 모두 동시에 서비스할 예정이거든요.’
그러면서 그는 좀비물과 야구 드라마, 시간과 시간을 넘나드는 대체역사 로맨틱 코미디까지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한국의 콘텐츠 경쟁력에 대해 침이 튀도록 설명했다.
웃어 넘겨야만 했다.
손병화와 이석환은 로비를 나섰다.
“오늘은 조금 다를 겁니다. 워런 버핏이 나를 먼저 만나자고 제안했거든요.”
자신만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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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거물 투자자끼리는 서로 통하는 데가 있나 봅니다.”
“거물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버핏과 저를 비교하면 사람들이 비웃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기분 좋은 눈치였다. 약속 장소까지 그의 차를 타고 이동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미스터 버핏께서는 먼저 와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들어가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미스터 손.”
하얀 머리를 한 신사가 둘을 향해 손을 들었다. 앞에 마시던 코카콜라가 놓여 있다. 진짜 워런 버핏이었다. 옆에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사람은 부회장인 찰스 멍거이리라.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이 분은?”
“소개가 늦었군요. 여기 계신 이석환 대표는 한국의 아마돈, 종합 물류 기업인 팡쿠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 투자에 관심 갖고 계신 것 같아 소개시켜 드리려고 모셨습니다.”
손병화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반갑습니다. 워런이오.”
“이석환입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버핏의 손을 잡았다. 악수를 나눴다. 이석환은 이것만으로도 선밸리에 온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꼈다.
‘내가 워런 버핏과 한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다니.’
손병화가 입을 열었다.
“한국 기업 투자에 관심이 생기셨다고 들었습니다, 워런.”
“그렇소.”
“다보스에서 있었던 일은 들어서 아시리라 믿습니다. 한국 시장은 리스키하지만 분명 매력적인 시장이죠. 좋은 회사를 찾아내는 안목이 필요한 곳입니다. 저도 투자를 많이 하고 있고요.”
세 명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병화가 힘을 얻었다.
“여기 계신 이석환 대표가 이끄는 팡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는 팡쿠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한참 설명했다. 워런이 대꾸했다.
“안 그래도 아마돈이 처음 그런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했을 때, 나는 머뭇거렸소. 리스크가 커 보였기 때문이지. 우리 주주들은 왜 천장을 뚫고 솟아오르는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담지 않느냐고 투덜거렸지만 말이야. 허허.”
그는 겸허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늦었다고 해야지. 그래서 두번은 늦고 싶지 않은 것이고.”
“물론입니다.”
손병화가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있더군. 한국에 말이야.”
이석환은 속으로 ‘코코아 이야기겠구나’ 직감했다. 손병화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내가 듣기로 손 회장도 코코아에 투자를 하려다 실패했다고 들었소.”
그의 아픈 곳을 찔렀다.
대답할 말이 궁해진 손병화를 향해 워런 버핏이 옆에 있는 찰스 멍거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여기 있는 찰리가 말해 주더군. 그래서 한번 만나보고 싶었소.”
“······그렇군요.”
“손자병법에는 이런 말이 있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백 번 이긴다’고 말이야. 어차피 마지막 승자는 한 명이야. 나는 당신의 패배로부터 배워서 코코아에 도전할 생각이오. 그러니 무례해도 조금만 이해해 주시기 바라오.”
손병화의 대답은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
이석환은 생각했다.
예상대로다. 워런 버핏은 자신에게 아무 관심이 없었다. 손병화가 했던 흰소리와는 반대였다.
믿음이 조금씩 사라져 가는 것을 느꼈다.
어차피 투자자이긴 해도 의결권 없는 주식이라 실제 팡쿠의 결정권은 절반이 훨씬 넘게 자신에게 있었다. 그에게 이끌려 다닐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코코아는 좀 다르거든.’
모든 사람이 코코아 이야기를 했다. 이제는 까마득히 먼 위에 있는 느낌이었다.
* * *
‘누가 내 이야기라도 하나?’
갑자기 귀가 간지러웠다.
앞에는 오랜만에 코코아이앤엠 송유화 사장이 앉아 있었다. 영화 때문에 온 거였다.
“······ 그래서 는 내년 설 개봉을 예정으로······. 의장님?”
“아, 죄송합니다. 계속 말씀하세요.”
“제가 어디까지 말한 줄은 아시고요?”
“물론이죠.”
빠르게 기억을 더듬었다.
“ 개봉이 이번 추석인데 영화관 쪽에서 먼저 부터 가자고 해서 우리 는 잠시 홀딩하자는 말씀이셨잖아요.”
“정확히 말하면, ‘굳이 한 배를 탄 동지끼리 피 터지게 싸울 필요는 없다’ 라고 트라이셀 정 회장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대신 그 제안을 받아 주는 조건으로 트라이셀 엔터에서 앞으로 제작 들어가는 드라마에 저희 코코아이앤엠 소속 배우를 우선으로 고려해 주기로 약속했고요.”
나도 싸우는 건 싫다. 꼭 져야만 돈을 잃는 것은 아니니까. 게다가 우리 소속 배우를 써 준다니 영화도 미루고 일도 시킨다는 뜻이다. 거절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하시죠.”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녀가 떠나고 다음 차례는 KSH였다. 이종석 대표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인사 이야기를 좀 드리려고 합니다.”
“인사요?”
뜻밖의 이야기였다.
둘이 잘 하고 있어서 별일 없는 줄 알았는데. 그의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자산규모가 커져도 너무 커졌습니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이제는 진짜 둘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일손이 너무 달립니다. 업무가 업무다 보니 아무나 뽑을 수도 없고요.”
그건 그렇다.
돈 쓰는 일이 보통 중한가 말이다.
신중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특히 임경준처럼 잘 나가다가 돌발 행동을 하는 사람이면 곤란하다.
“생각을 좀 해 봤는데 인공지능이 어떨까 싶은데요.”
그런데 뜻밖의 말이 이어졌다.
“인공지능이요?”
“네.”
“아, 성함이 특이하시네요. 네 잡니까? 어디 인 씨시죠?”
이종석이 잠시 할 말을 잊었다.
“그게 아니라 사람 말고 인공지능으로 보탬이 될 만한 솔루션을 하나 도입하는 게 어떨까 해서 말씀드린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KSH 홀딩스에는 이미 인간이 아닌 직원이 몇 있다며 휴대폰에 찍힌 사진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순서대로 블룸버그 대리와 로이터 과장이란다.
인공지능은 그보다도 로열티가 비쌀 테니 상무급은 되지 않을까, 앞으로 ‘인 상무’로 부를 예정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그렇게 하세요.”
나야 찬성이다. 돈이 들어간다는 데야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확인할 게 있었다.
“개발은 어떻게 진행하실 예정이시죠?”
“아, 그야 코코아 브레인이 있으니 거기에 의뢰하면 될 듯한데······.”
그러면 안 된다.
“그런 정도로는 부족해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조금 더 크게, 제대로 만듭시다. 제게 좋은 계획이 있습니다.”
“어떤 계획······.”
“꼭 인 상무가 한 명일 필요는 없는 겁니다. KSH만이 아니라, 코코아의 다른 직원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판을 벌려 봅시다. 물론 보안은 철저해야겠지만 일손은 어디에나 필요하니까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 더 높은 곳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 일손이 전부 상무급 연봉을 수령한다면?’ 속셈을 얼른 감췄다. 오랜만의 유레카를 몰래 외쳤다.
내 얼굴을 바라보는 이종석의 표정에 살짝 불안이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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